화분


화분

우리 집에는 네개의 화분이 있다. 양재의 꽃시장에서 구매한 마오리 소포라와 멕시코 소철, 용인에서 온 파피루스와 가장 큰 화분에 담겨있는 극락조. 나는 예전부터 화분을 두고싶었다. 그러나 볕이 잘 들지 않던 용인의 작은 방에서는 아무리 키우기 쉽다던 식물들도 시름시름 병을 앓았다. 매번 식물을 살때마다 가게의 주인은 이 식물은 가만히만 두어도 잘 자란다며 구매를 권했다. 스파트필름, 아레카야자, 다육이 ... 바람한 점 불지 않는 그늘 아래서 그 식물들은 '잘 자란다'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생명력을 잃어갔다. 이런 내게 누군가가 조화를 추천했다. 나는 조화가 싫었다. 내가 곁에 두고 싶었던 건 살아있는 식물이었지 모양만을 흉내낸 플라스틱이 아니었다. 그러나,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드는 지금의 공간에서 정말 가만히만 두어도 '잘 자라는' 네개의 화분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이제서야 조화의 의미를 다시 새겨본다. 딱 제 몸만 담을 수 있는 분,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마실 수 있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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