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하루 3 - 낙산 가는 길


반쪽하루 3 - 낙산 가는 길

한겨울의 봄날처럼 오후는 따뜻해서 좋았다 역시 오후 2시1분에 화정역에서 출발 남주작 남산, 우백호 인왕산에 이어 좌청룡으로 날아오르는 오늘은 게으른 아들놈을 발로 툭툭쳐서 세 식구가 함께 길을 나섰다 비상식량은 어김없이 천국표 김밥과 매울신 컵라면 혜화동은 역시 붐볐다 개그콘써트 티켓, 연극티켓 맨들이 표를 들이대고 젊은이들이 뿜어내는 더운 열기에 내 입김은 안개처럼 포근해진다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오니 마로니에공원 초입엔 커다란 우주선이 번갯불에 걸려있다 지금 2시 54분 낙산은 마을 뒷동산 처럼 가벼운 코스였다 조금 올라갔을 뿐인 데 남산과 인왕산이 보이고 서울거리가 뒷골목처럼 아늑하다 역시 성곽이 인왕산과 남산을 향해 손을 내밀어 단단히 두 길을 이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정상은 빈 광장뿐 초라했다 성곽 너머는 우리네 70년대 골목길이 손금 처럼 구불구불 퍼져나가고 담벼락마다 철지난 얘기들이 퇴색한 페인트 자국마냥 묻어 있다 잠깐이다 벌써 이렇게 그리운 눈으로 어린 날을 기웃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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