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이면

이 면 잊고 있었다 청명한 날이나 흐린 날엔 하늘 밖에 안 보였는데 바람이 불면 보인다 눈 밖에 관심 저편에서 흔들리며 떨고 있는 것들이 보인다 뒤집혀진 나뭇잎 뒷면이 종일 그늘에 갇혀 있고 마당 구석의 작은 먼지가 저희끼리 엉겨서 풀풀 날리고 빗물이 방울방울 붉은 녹으로 변해버린 지붕 끝 처마는 내내 말이 없다 잠시 나누는 눈빛 속에서 본다 사람들 웃음소리가 퍽퍽한 가슴을 휘저어 내 안의 울음을 일깨우고 가벼운 인사엔 진심이 담기지 않은 빈 마음만 맥없이 부딪히고 무심한 우리 얼굴에도 안타까움으로 새운 불면의 밤들이 서로서로 어긋나 있는 것을 서로 어깨를 스쳐가며 다시 본다 살아온 이력이 쌓여 갈수록 공허함 만이 커져가고 삶의 무게에 나이만큼 종아리는 휘청거리고 헛된 자신감과 용기 뒤로 자책감으로 머릴 떨구는 휑한 옆모습이 그저 쓸쓸하단 것을 이제 바람이 불면 보인다 내 속에 숨어있던 내밀한 얘기와 남은 열망 움켜줘야 할 고통까지도 미처 다 달려보지 못한 지평선과 저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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