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을 담그며


매실을 담그며

매실을 담그며 매실을 씻습니다 상처난 놈, 배시시 웃는 놈, 멍한 놈 그늘에 고루 펴서 남은 물기마저 떨어냅니다 데굴데굴 구르며 누리는 잠시만의 여유 내 가슴 속에도 알맹이들이 만져집니다 어느새 들어 왔는지 또 어디로 굴러 갈 건지 한 켜 한 켜 매실을 깔고 다시 한 줌 한 줌 황설탕을 질러 넣습니다 두툼한 먹 구름장처럼 내 속의 어두운 더께처럼- 이리저리 흔들고 흔들어 빈 틈 없이 속이 차도록 숨구멍조차 허락하지 않은 채로 통을 밀봉해 버립니다 자갈처럼 단단해진 무력감도 덜 여문 열망마저도 그 속에 깊숙이 깊숙이 묻어서 나도 함께 봉인해 버립니다 이제 긴 잠을 잘 겁니다 그러다 눈을 뜨면 한 때 시원했던 바람과 말갛던 햇빛, 봄 꽃 향기들로 매실 통이 넘쳐날 겁니다 그리고 끝내는 진한 눈물이 되어 그렁그렁 저 높았던 하늘에 매달릴 겁니다 내 가슴팍에서도 이따금 툭- 툭- 터져 나옵니다 채 걸러지지 못한 한숨 같은 거와 무심한 세월의 그늘 같은 거 어디로 흘러갈 런지 모를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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