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하루 8 - 서촌길


반쪽하루 8 - 서촌길

서촌길 나는 비운 상태로 떠난다 무명옷처럼 거친 결을 가지고 길에서 소리를 묻히고, 색을 더하고 스치는 걸 담으려고 비우기 위해 덜어 내려고 떠나지 않는다 무념무상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함께 걷는 바람이, 우연히 스치는 인연이 다 그냥 새롭다 길 위에서는 늘 늘상 다니던 길이었다 굳이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익숙한 풍경 그 거리에선 나도 그저 고물스런 피사체가 된다 근데 서촌길이라 명명된 그 길을 한발 한발 딛다 보니 그 길은 이미 어렸을 때 매일 걷던 초등학교 등교길이 아니었던가! 일상이었던 그 길이 이제 예사롭지 않은 비일상이 되어 특별한 명물거리가 되어 있다니 100여년의 시간이 겹겹이 지나고 살던 사람이 떠나가도 다시 사람이 깃들고 이야기가 쌓이는구나 몇 사람만 받으면 꽉 찰 것 같은 아담한 식당 들과 예쁘장한 소품가게 들을 몇몇 스쳐 지나면 일제시대 고옥인 '박노수 가옥' 이 나온다 바닷돌이 놓여있는 앞 뜰과 마을을 멀리 내다 볼 수 있는 뒷 마당 언덕에 옛 집의 향수까지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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