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 무슨달


달달, 무슨달

문밖을 나서자 제일 먼저 나를 맞이해준, 쟁반같이 둥근 달이, 아파트 머리 꼭대기에 걸터 앉는 듯하더니, 이내 내가 걷는대로 이리 저리 따라오네. 획 돌아보니 어느덧 저렇게 나뭇가지 사이로 나를 빼꼼히 내려다 보고있다. 내가 밤새 잠든 사이, 너는 일분 일초도 쉬지않고 제 할일을 했겠구나. 나는 밤새 꿈을 꾸듯, 저 몽환의 숲을 거닐었겠지. 어차피 너란 존재 가까이 갈수도, 다가가서 만져볼 수도 없는 존재. 낮동안 숨어지내다, 아니 너는 낮에도 항상 거기서 너가 할수 있는만큼 힘껏 빛을 내어, 환한 대낮이던 어두컴컴한 밤길이던 혹여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까 내 발밑을 비추겠지. 너는 그런 고마운 존재인거다. 내 주변의 수없이 많은 뜨겁지 않으면서 따사로운 등불과 같은 존재들, 다 너란 이름의, '달달 무슨달, 쟁반같이 둥근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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