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의 <강의> 중에서


신영복의 <강의> 중에서

강의 저자 신영복 출판 돌베개 발매 2004.12.11. 옛날에 서당에서 공부하던 방법은 참으로 우직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도 무조건 암기하는 식이었다고 합니다. 서당에서 전승되고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록지대자야’ 麋漉之大者也가 그 한 예입니다. 미는 큰사슴 미 자거든요.

당연히 麋,漉之,大者也로 띄어 읽어야 맞지요. 그런데 아침에 책방 도령의 글 읽는 소리를 듣자니 미록, 지대, 자야로 읽더라는 것입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책방 도령의 읽는 소리를 들으니 그제야 미, 록지, 대자야로 바르게 끊어서 읽더라는 것이지요. 스스로 깨치는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걸려서 그제야 깨닫는 그런 비능률적인 방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과학적 방법이나 첩경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우직하게 암기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확실한 성과를 이루는 것이기도 하지요.

나는 여러분이 마음에 드는 고전 구문을 선택해서 암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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