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태풍

태풍 바람이 분다, 숱한 사연의 거리에 내가 이렇게 갈 곳 없이 기다리며 서 있어도 불어올까 바람은 마지막 남은 우산살마저 꺾고 빗속에 내놓은 외투를 마구 흔든다 바람은 내 몸집이 들어갈 만큼 빈자리를 만들어 나는 뿌리째 뽑혀 구멍 속으로 휩싸인다 내가 없어도 바람은 불어올 거다 다른 누군가를 구멍 속으로 후벼 파기 위해서, 피가 날 때까지 바람은 계속 불어올까 불어올까, 바람은 파도를 몰고 와 내가 아직 연연하는 것들을 쓰러트리는데 그것은 낯익은 간판, 잘 들르던 다방, 편의점에 쫓겨난 오락실 쓰러지는 몸을 가누지만, 빗속에 나뒹구는 나를 모르는지 바람은 더. 불어라, 숱한 사연의 거리에 이제는 갈 곳이 없다 말없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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