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여린 울림이 바람에게 달려가.


7.여린 울림이 바람에게 달려가.

아주머니의 슬리퍼가 털털 지나간다. 침을 꿀꺽 삼켜야 했다. 아침나절부터 노란 빛이 도는 초록 감 하나가 멀찍이 뒹굴고 있었다. 엄마는 윤기가 좔좔 흐르는 주황색 노오란 단감을 깍아 주었는데 저 초록이 또오옥 고 감처럼 윤기가 흐른다.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다. 하지만 할머니가 떨어진 감이라도 허락 없이 주우면 아니 된다고 아침나절부터 단단히 일러 주었다. 어! 아주머니의 슬리퍼가 감 앞에서 멈추었다. 심장이 떨어질 것만 같다. 감히, 감 따위가 길을 막다니 슬리퍼의 입이 쩍 벌어 졌다. 금방이라도 한입에 꿀꺽 삼켜버릴 것만 같았는데, 어! 웬일, 입을 닫고 옆으로 툭 밀어 둔다. 어, 안먹었어, 감이 몸을 추스르는 동안 슬리퍼는 곁눈질로 째려 본다. 곧, 헛기침하며 멀어져 갔다. 배가 부른 슬리퍼가 다음을 기약하는가 보다. 그래도 다행이다. 다행이다. 초록이 노랗게 배시시 웃고 있어. 휴! 살았다. 오후에 일찍 돌아온 할머니가 힘겹게 물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주인댁 아주머니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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