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필사 72 - 어떻게 신경을 안 써 (2) / 홍인혜


온라인 필사 72 - 어떻게 신경을 안 써 (2) / 홍인혜

03.27(월) (중략) 왜 마음의 쓰레기봉투들을 내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악취에 고통받는가. 03.28(화) 그러다 문득 '신경 쓰다'와 '신경 쓰이다'의 차이를 생각하게 되었다. '신경 쓰다'는 나의 의지와 닿아있다. 내가 자의적으로 내 신경을 쏟아 그것에 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경 쓰이다'는 불가항력적이었다. 나의 언어 감각으로 이것은 '가렵다'나 '마렵다'에 가까웠다. 내 일상을 흩트리는 대부분의 사태는 내 의지와 무관하게 저절로 그러했다. 내가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나를 신경 쓰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의식 저 한구석이 간지러운 것처럼. 그리 생각하니 '신경 쓰지 마'라는 말은 마치 어딘가 가려운 사람에게 '가렵지 마'라고 한다거나 뭔가가 마려운 사람에게 '마렵지 마'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애초 의지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딘가가 심각하게 가려운데 긁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최초엔 가려움이 복받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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