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잃어버린 가방


1. 잃어버린 가방

1 온 산천이 폭염에 시달렸다. 열대야는 지칠 줄 몰랐다. 브라질 리우올림픽은 한밤 열기와 함께 밤을 지새우는 데 한 몫 거들었다. 선녀벌레는 나무즙을 빨아먹고 밀가루 같은 분비물을 내었다. 진드기 같은 다른 해충들은 그을음병을 일으켜 주변의 나무들이 까맣게 죽어갔다. 비도 오지 않아 작은 나무들은 바짝 말랐다. 풀들은 노랗게 익어버렸다. 이른 아침부터 가까운 곳에서 풀 깎는 기계 소리가 울렸다. 매미는 질세라 목청껏 노래했다. 미루나무는 진한 갈색의 피를 흘렸다. 집집마다 방충망에는 선녀 벌레가 하얗게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할머니는 새벽부터 창가 의자에 오늘도 앉아 있었다. 아빠와 엄마는 여전히 새벽에 일하러 갔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채 할머니를 등 뒤에서 껴안았다. “할머니, 오늘도 기다린 거야?” 할머니는 내 손을 잡아끌어 품에 안고, 얼굴을 어루만졌다. “잘 잤어? 우리 보미! 어서 씻어, 밥 먹자.” “할머니, 오늘도 또 기다렸어?” 그러나 할머니는 나를 안다시피 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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