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12층에 간 까닭은?


그가 12층에 간 까닭은?

마지막을 항상 준비해야만 했다. 이 일이 어느 순간 어디서 일어날 지 알 수 없었다. 오늘은 어느새 도덕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결이 차가웠다. 한 방울의 물기마저 머금지 못하고 바스락거리는 억새들의 부대낌이 피부 끝에서 일어났다.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90킬로그램을 넘어선 체중은 불가항력이었다. 끊임없이 짓무르는 엉덩이는 이젠 통증마저 무디어져 갔다. 나는 단지 사회의 누더기일 뿐이었다. 겨울의 끝자락을 걸친 산자락의 마른 가지는 무표정했다. 나무들은 낙엽을 떨어뜨리고 무념무상의 잿빛 군단처럼 찬바람에 몸을 부대끼고 서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살아있었다.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틔워야할 새싹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삭정이였다. 이미 죽어버린 새싹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언뜻 지난 가을 익어서 말라비틀어진 빨간 나무 열매가 눈에 띄었다. 봄을 기다리는 잿빛의 나뭇가지들과는 사뭇 다른 꿈을 안고 있는 듯했다. 이들로부터라도 다른 의미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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