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스누피아 잘 있었어?


D 스누피아 잘 있었어?

8일간의 긴 시간을 밖에서 보내고 집으로 들어서자 말자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도라지, 배추, 무우 밭으로 걸음이 옮겨진다. 그사이에 내 팔뚝 만큼 자란 무우가 대견하고 며칠간 오지 않은 비 때문인지 가장자리가 타들어가는 배추가 안쓰럽다. 유난히 온 몸에 숭숭 구멍 뚫린 배추 한 포기는 그래도 좋기만 한지 해맑게 웃는다. 당근밭속에 자란 상추가 연한 잎을 단단하게 치켜올리며 얼굴을 붉히고 있다. 포도 잎은 밤사이 내린 서리에 꼬리를 내리고 사과나무는 의기양양하기만 하다. 칠순을 바라보며 다녀온 여행은 분명하게 한가지를 일깨워준다. 이젠 맘속에 딱히 원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강렬한 바램을 달래며 살아왔지만 바램이 나를 두고 멀리 떠나버렸다. 그래도 맘 한켠 실오라기같은 바람결에 묻어나는 기다림이 있기에 오늘도 행복이 바람끝자락에 맺힌다. 여기저기 발걸음을 뒤쫓는 스누피의 눈길이 생글생글하다. 잘있어? 스누피야! 언제나 그자리를 지켜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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