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kg 사과와 나의 부모님


2kg 사과와 나의 부모님

아침에 2kg 사과를 사 오며. 2018년 10월, 아무 준비도 없이 두 달 전인 8월에 갑자기 베를린으로 떠나버린 딸을 보러 부모님이 2주간 베를린으로 방문한 적이 있었다. 영어도 잘 못하고 독일어도 1달 차. 갓 Hallo를 입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던 그때. 독일 시스템도 하나도 모르겠고 마트 가서 뭘 사야 할지 조차도 몰랐을 때라 부모님이 오셨어도 내가 안내하거나 소개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었다. 심신이 다 너덜너덜한 상태로 무작정 한국을 떠나온 터라 베를린에 산다는 게 현실인지 꿈인지도 분간이 안되었을 때.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어 두려웠던 그 해 10월. 부모님과 집 근처에 있던 Rewe에 갔을 때(이때는 마트가 REWE만 있는 줄 알았다.) 가격들을 한화로 계산해 보면서 너무 싸다고 놀라움 반 즐거움 반. 과일을 사랑하는 우리는 독일 가을 사과를 2kg을 사 왔었다. 집에 돌아와 반짝이는 빠알간 사과 3알을 씻어 한입씩 깨무는데 그 달콤했던 첫맛을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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