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처럼 비가 온다.


여름처럼 비가 온다.

장마라고 할 때는 비구름이 코빼기도 뵈지 않더니, 복날이 모두 지나고 가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지금 갑자기 비가 죽죽 내리온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 우중충하고 구질구질한 먹구름 낀 날씨는 장마철에 태풍까지 올라오곤 했던 그때 그 시절을 연상케한다. 태풍 매미가 상륙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외할머니 구멍가게에서 뒹굴며 브라운관 테레비를 보고 있었다. 테레비 속 뉴스에는 발목까지 물이 들어찬 집안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내가 살았던 곳은 이상하리만큼 자연재해로의 횡포로부터 거리가 먼 곳이었다. 그렇지만 매미는 그런 우리 동네에서조차 흉폭한 모습을 자랑했다. 어디 가게 간판이 떨어졌다느니, 하는 대화 소리가 흐릿한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이 찝찝하고 질척이는 날씨는, 왜일까, 어쩐지 반갑고 정겨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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