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소설] 우산을 쓴 사내


[엽편 소설] 우산을 쓴 사내

한 사내가 우산을 쓰고 있었다. 자기 몸에 꼭 맞는 크기의 검은색 우산이었다. 그런 적당함이 오히려 사내의 모습을 더욱 눈에 띄게 만들었다. 그날은 비가 올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 청명한 가을 날씨였기 때문이다. 사내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행인 한 명과 마주쳤다. 행인은 우산을 쓰고 있는 사내를 보고 물었다. “이처럼 맑은 날에 무슨 이유로 우산을 쓰고 계십니까?” “항상 우산을 쓰고 다니면 일기예보를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오.” 사내의 대답에 행인은 당황한 내색을 감추고는 다시 물었다. “오늘처럼 맑은 날에 계속 우산을 쓰고 다니는 것보다는 잠깐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가벼운 몸으로 다니는 게 덜 번거롭지 않겠습니까?” “번거로움은 사람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지. 나는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보다 우산을 쓰고 다니는 편이 훨씬 수월하오.” 알 수 없는 사내의 대답에 행인은 혹시나 자신이 놓친 부분이 있어 결례를 저지른 것은 아닌지 살폈다. 예를 들면 사내의 몸에 불편한 부분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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