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글 / 비혼, 채식주의자 H


줄글 / 비혼, 채식주의자 H

지난 금요일, 거의 십 년만에 동창을 만났다. 고등학교 삼학년 암울기에 만나 일 년동안 같은 반 친구로서 잘 지냈던 H. H가 독일로 유학을 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간 연락이 닿지 않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한국에 들어온지 꽤 되었다며 다른 동창을 통해 소식을 전했고 반갑게 인사한 뒤 언젠가 있을 만남을 기약했다. 며칠 뒤 H가 먼저 나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다. 요새 어디서 뭐하고 사냐고 했다. 난 여전히 여기 있고 퇴사를 곧 앞두고 있다고. 몇 번 주고 받고 하다가 얼떨결에 약속이 잡혔다. 이 주 뒤인 지난 금요일에 퇴근을 해서 H를 만났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 하길래 내 자취방에서 밥 먹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린 나를 발견한 그 애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소란을 떨어댔다. "실존 인물 맞아? 너 유령 아니야?" "너는 십 년이 지나도 똑같네." 공백이 우습게 지난 주에 만난 것 마냥 맞이했다. 그 애는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수수한 얼굴에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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