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누런 꽃


한여름의 누런 꽃

선풍기를 안고 있어도 지렁이 같은 땀방울이 등줄기를 허락 없이 지나는 날이다. 아무리 물을 뿌려고 닦아내도 지렁이는 금새 다시 기어나온다. 샤워를 대충하고 서둘러 나왔다. 붕붕이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데 걸리지 않고 힘 빠진 소리만 난다. 푸더덕~! 또 다시 푸더덕~~! 목덜미를 타고 지렁이 두마리가 삐질 삐질 흘러내린다. 킥으로 발을 옮겨 맥없이 밟는데 더운공기를 뚫고 서늘한 시선이 느껴진다. 시선을 따라 옆을 돌아보니 쪼그려 앉은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 있다. 한손에는 길다란 담배를 단단히 틀어쥐고 다른 손엔 막걸리를 들고 있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커다랗고 누런 눈만 꾸벅 거리며 나를 본다. 순간의 시간, 할아버지와 서로 눈을 맞추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시동이 걸린 붕붕이를 몰고 도망치듯 골목을 빠져 나온다. 이상한 일이다 하루 종일 할아버지의 주름지고 커다란 눈이 떠오른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오선생의 깊고 누런 눈이 그립다. -2013 뜨거운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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