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바람 소리에 떨구는 꽃잎을 보며


빗소리 바람 소리에 떨구는 꽃잎을 보며

눅눅해진 집 안에 향 하나 피워놓고 붉게 물들어가는 앵두주를 바라보며 저 술은 뉘와 함께 하나 자못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비 오는 날에 툭툭입니다. 오랜만에 흘린 빗줄기에 세상이 다 시끄럽습니다. 노랑 파마머리에 물안개가 내린듯한 밤나무는 좋다고 양담배 안 파는 유일한 동네의 넓은 들녘의 분홍빛 담배 꽃은 신난다고 그리고 엄지손가락만큼 자란 복숭아는 툭툭 떨어지며 아프다고 마구 소리를 질러댑니다. 그러면 개구리도 따라 웁니다. 언젠가 형이 반도(도를 반쯤 깨우친)개라 칭하며 우리 모두가 전생에 공부하던 스님일 거라며 밥도 먼저 먹이던 미륵 돼지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발발이 황구로 판명되었습니다. 게다가 전생에 진짜 공부했는지 다음 생에는 씹이나 실컷 하는 개로 태어나고자 해서 태어난 건지 좌우지간 그 어린놈이 여간 밝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또 색은 색으로 멸해야 한다기에 장날 수소문 끝에 손바닥만 한 암캐를 사 왔습니다. 미나리라고. 계단 옆 들장미가 빗줄기에 떨어질 때는 ...


#비오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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