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3. 29. AM09:56


2022. 03. 29. AM09:56

바야흐로 봄이다. 오늘 온도는 무려 17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무슨 옷을 입고 나가볼까, 아직 눈곱도 떼지 않고 침대 위에 있지만 머릿속으로 옷을 골라본다. 봄이 오면 날씨가 풀려선지 맘까지 살살, 녹다가도 돌연 겨울보다 더 서늘해질 때가 있다. 잔인한 사월이라고 했던가? 봄은 생각보다 사람을 퍽 외롭게 만드는 계절일지도 모른다. 만물이 소생하는 이 계절에 나 혼자 움트지 못하고 있는 기분이 들 때. 눈 쌓인 가지를 툭툭 털 듯 우울을 털어내야 하는데 그럴 힘이 없을 때. 마냥 따뜻한 봄이 퍽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과 봄에 관한 시를 배우고 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성부의 봄.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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