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프의 손가락


파블로프의 손가락

핸드폰에서 띠링 하고 소리가 울린다. 카톡 하고 나는 소리가 아닌 띠링 하고 나는 소리는 평범하기는 싫은 내 고집이다. 내용을 읽는다. 답은 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답은 바로 하지 않는다. 한 시간이 걸릴 때도 있고 하루가 넘게 걸릴 때도 있다. 나는. 너와. 시답잖은 일로 온종일 떠들고 싶기에. 목소리 대신 화면에 뜬 글자라도 좋으니 너의 말을 보고 싶기에. 답은 하지 않는다. 내 답장에는 답이 없을 것을. 오기까지 매우 오래 걸릴 것을. 그 순간 정말로 하고 싶었던 얘기가 아직까지도 읽히지 않는 내 답장에 막힐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잘 알기에 너무도 아프기에. 답을 하지 않는다. 너의 답이 늦는 이유와 나의 답이 늦는 이유가 같다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상상을 종종 한다. 그 상상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배꼽이 빠지도록 깔깔 웃을지 얼굴을 붉히며 황당해할지 멋쩍은 듯이 딴청 피울지 표정만큼은 상상이 안 된다. 하지만 내 건조한 손과 너의 작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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