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호


522호

522호의 이름은 집이 아닌 숙소였다. 창문을 열 수 없었던 초파리가 자주 보이던 조명이 그리 밝지 않았던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변기가 종종 막히던 뜨거운 물 만큼은 잘 나오던 혼자 잠에 드는 날들이 많았던 괴상한 방향으로 책상이 놓여있던 가끔씩 깜짝 손님이 찾아오던 벽 하나 사이를 두고 파티가 일어나던 그리고 그 소리가 적나라하게 다 들리던 항상 노크를 하고 들어오는 룸메이트가 있던 발소리만으로 누군지 알 수 있는 이웃이 있던 문 밖에 나만의 공간이 있었던 방 옆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었던 난간에서 보이는 하늘과 달과 별이 아름답던 그 난간에서 담배를 오래 태우는 인도인이 있던 커피 향이 스며들었던 노래 소리가 끊이질 않던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얘기를 밤을 핑계 삼아 힘들게 힘들게 나누었던 웃음으로 가득 채우던 가끔은 눈물이 바닥에 고이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522호의 이름은 숙소가 아닌 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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