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산책

내가 사는 동네 앞에는 조성이 잘 된 공원이 하나 있다. 그 가운데 위치할 호수 쪽은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회색빛의 크레인과 건축 자재들이 공원 중앙을 전부 차지한 기이한 모습을 띠지만 공원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는 전부 갖춰놓았기에 사람의 발길이 끊길 걱정은 없는 곳이다. 이곳을 홀로 산책하다 보면 세상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망각할 때가 종종 있다. 내 옆을 지나가는 가족, 연인, 친구, 부부, 그리고 반려동물들의 얼굴에 보이는 건 웃음과 행복뿐. 이 지구라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절망, 죽음, 전쟁, 자살, 질병 같은 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내 옆을 지나간다. 이렇게 보니 지읒으로 시작하는 부정적인 단어들이 참 많구나. 세상이 끔찍한 곳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알지만 모르는척 하는 것인지 안다는 사실이 현재 행복한 것을 방해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세 가지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 나로서는 그들이 부러웠다. 요즘 들어 잘은 모르겠지만 세상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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