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존재 증명


이기적 유전자 존재 증명

언제부터인가 '다시금 무언가를 마셔야겠다' 하고 컵 손잡이를 잡고 급하게 나갈 때 컵 안의 남아있는 무언가를 흘리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번에 따라놓았던 것을 다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 이 사실을 자주 까먹었기 때문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컵에는 항상 무언가가 남아있다. 오늘도 그렇다. 아침에 내린 커피 한잔을 분명 다 마셨다 생각했는데. 점심쯤 다시 컵을 내려다보니 새카만 커피가 컵 바닥에 진득하게 눌어붙어 있었다. 제일 맛이 없는 제일 밑 부분의 커피. 차가운 방 공기에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 이미 의미를 잃을 대로 잃어버린 이 커피는 내 안의 이기적 유전자 존재 증명. 사람이 참 간사해. 처음 커피를 내릴 때 혹은 얼음물을 채울 때 나는 분명 간절히 원했을 텐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을 감수할 만큼. 처음 한 모금을 머금을 때 나는 분명 행복했을 텐데.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어서. 그리고 그것이 나의 결핍된 부분을 채워주어서.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간절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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