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영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


박서영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

착한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섭다 저자 박서영 출판 걷는사람 발매 2019.02.03. 이제 기억나지 않는 그 당시의 슬픔에 관하여 밥 먹다가 문득 생각났다 우리는 왜 그곳에 갔던 것일까 안개 속에서 당신의 표정을 수집하는 건 쉽지 않았고 당신의 표정에 손가락을 대면 울음의 소용돌이에 손을 집어넣고 헤집는 것 같아 아렸던 기억, 좋아해 그러나 이건 고백이 아니야 그게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니까요 시간은 자꾸 화를 냈고 기억을 왜곡했다 손가락 끝마다 감각은 되살아났고 숟가락엔 밤 대신 붉은 고깃살 같은 기억들이 한 점씩 올라와 있었다 어떤 날엔 승냥이의 뱃속을 찢고 내가 화를 낼 순서가 맞았지만 대신 미안하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승냥이가 슬피 우는 날도 있었다 다 지난 일이다 하루는 사랑한다며 웃는 승냥이의 입술을 하루는 헤어지자며 우는 승냥이의 눈동자를 그래, 승냥이가 죽고 저 구름이 남았다 저 나무가 남았다, 꽃이 남았다 내 곁에 다 남아 있다 그때 초원을 지나갔습니다 소나무를 만졌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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