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구월의 조각집


【155】 구월의 조각집

7, 8, 9월에겐 미안한 말이다만 울림이 그닥 예쁘지 않은 글자인 것 같다 유월이나 시월 뭔가 울림이 좋다고 생각함 그런 의미에서 가을 냄새가 드디어 물씬 나는 도쿄의 시월에는 많은 조각들을 모아야겠다고 결심 한 달을 내리 쉬고 한 달을 다시 일상을 되돌리는 데에 쓴다 한국 한달 살기가 이렇게 여파가 진할 줄은 몰랐지 완연한 여름이 오기 전의 어느 날에 지나가듯이 한 그 사람의 말이 아직도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당신은 나와 달라서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니까, 그게 제일 다른 점이지요. 난 나에게 너무 자주 상냥하고 가끔씩은 무르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게 이 사람이 나를 신뢰하는 이유 아닐까란 추측, 동시에 내가 이런 사람이기에 이 사람의 낙관이 내게 늘 가치롭다는 생각 타인은 자기 할 일인 논문쓰기에 무사히 집중했다면 내게 물개박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난 오랜만에 집중이 잘 된 날엔 '이게 왜 매일 안 될까'를 고민한다 그러니 내게 다정해질 용기가 아주 없는 사람이다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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