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Phono sapiens)


포노 사피엔스 (Phono sapiens)

앞을 향해 달려가야만 하는 우리의 시선은 지금 어디에 꽂혀있는가. 헛된 것에 꽂혀있진 않은가. 빛으로 번쩍거리고 모든 정보란 정보는 다 들어가있는, 얇고 신비한 직육면체. 우린 이걸 폰 (Phone)이라고 부른다. f 한글자로 되어있거나, 초록창, 무지개색 G, 하이라이트 모음집까지... 누르면 열리는 조그마한 사각형, 혹은 원형. 이 직육면체를 바라보게 하는 것들이며. 이 직육면체를 놓치 못하게 하는 것들이며. 이 직육면체를 쥔 자에게 짙은 상처를 남기는 것들이며. 이 직육면체로 하여금 납작해지게 하는 것들이며. 이 직육면체에 연인보다 더 집착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수축하고 이완하며 우리의 육체를 여행하는 따듯한 체온보다 설계된 회로의 회선 속에 정해진 대로만 흐르는 전류를 더 믿는 21세기의 인류는 얼마나 비참한가. 그 전류 속에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녹아들어 블랙아웃을 일으키는가. 감정의 역류는 발전소를 암전시킨다. 그리고 따스한 체온보다 회선 속 전류를 믿으며 절망하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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