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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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편찮으셨던 할아버지께서 먼 길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기차를 탔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었는데 직장 생활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다음에 뵙게 다며 미루고 미룬 것이 15년이 흘렀습니다. 참으로 정이라고 찾아보기 힘든 못된 손녀였습니다. 어차피 한 번은 이 기차를 탔어야 했다면 할아버지께서 살아 계셨을 때 탔어야 했다는 자책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런데도 정이라고 눈곱만큼도 없는 손녀는 기차를 탈 때도 무덤덤하니 도리만 생각했습니다. 6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떠나려니 몸도 마음도 피곤하기만 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마지막 길을 떠나시는 배웅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것인데 못된 손녀는 제 몸 피곤한 것만 생각했던 것입니다. 할아버지 댁에 가는 길이 멀기는 할지 몰라도 지루하고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기차를 타고 알았습니다.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보니 어릴 때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농사를 지으신 고추를 맵다는 소리도 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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