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복수-6


[단편소설] 복수-6

아버지와 말을 섞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마도 내 평생 아버지와 가장 말을 많이 나누었던 날이었으리라. “야,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 “그냥요.” 더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듯이 단답형으로 대답했으나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아버지가 이렇게 말이 많은 줄은 처음 알았다. 아버지는 고백성사하듯 자신의 과거, 미안함, 죄책감을 줄줄이 꺼내놓았다. 사실 돌이켜보면 어릴 적에는 아버지와 잘 지냈던 기억이 사진처럼 드문드문 남아 있기는 했다. 작은 공원에서 내가 여덟 살이 된 선물로 처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준 날 아버지의 웃음. 크리스마스 선물로 유행하던 최신식 다마고치를 꼭 받고 싶다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기도할 때 그 선물이 무엇인지 몰라서 당황해하는 아버지. 가끔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술 냄새를 풍기며 “치킨 먹자!” 소리치고는 양손에 옛날통닭 한 마리씩 들고 허겁지겁 현관에서 구두를 벗어 던지는 모습. 그 시절 아버지는 술을 즐기기는 했으나 젊고, 건강하고...


#단편소설 #복수 #습작소설 #알콜성간경화 #의학소설

원문링크 : [단편소설] 복수-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