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6


20230116

한동안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회의주의 계열의 학자들(주로 백인 남성이며 종교에 적대적인) 책을 열심히 읽었다. 그렇지만 어른이 된 이후 나는 내가 숭상하던 이성과 논리의 세계 역시 비합리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을 하는 사람도 과학 외의 영역에서는, 심지어 자기 분야만 조금 벗어나도 전혀 합리적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오랫동안 가설과 시험, 검증을 거쳐 사고하는 훈련을 받은 사람조차 자신이 다루는 대상(자연의 일부)과 그 밖의 믿음을 완전히 별개로 생각하고는 했다. 유사 과학에 빠져드는 과학자,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확신을 지닌 채 이상한 말을 하는 과학자는 수없이 많았다. 게다가 내가 한때 고개 끄덕이며 읽었던 책을 쓴 소위 '세계적 석학'들이 책 바깥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인종차별적이거나 우생학적인 발언을 일삼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발언에 특별한 과학적 근거가 있던 것도 아니다. 왜 과학적으로 사고하지 않냐고 타인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이...


#김초엽 #책과우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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