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집 망상


분식집 망상

바쁘다. 나는 요즘 참 바쁘다. 해가 뜨면 돈을 벌고, 틈틈이 책을 보거나 시장을 관찰한다. 짝꿍은 참 바쁘다. 멋진 CEO가 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오늘도 저녁은 외식을 했다. 아직도 돈 만 원에 손이 벌벌 떨린다. 지나가는 길이라는 핑계로 즐겨가는 분식집에 들어갔다. 이런 고급 식당은 익숙한 듯, "이모, 늘 먹던 대로! 아, 순대는 웰던!"을 외쳐본다. 떡볶이와 순대 우리는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순대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둘이 함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막창보다는 아래, 국밥보다는 위인 그 어딘가 제법 높은 순위가 매겨진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늘 환상의 짝꿍을 함께 먹는다. 어쩐지 가게 앞 포장 손님이 잔뜩 있을 때 마음의 준비를 했어야 했다. 순대가 다 팔려 새로 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언제나 승리를 안겨준 메뉴였기 때문일까, 아무 생각 없이 배고픔에 눈이 멀어 "떡볶이 먼저!"를 외친 것이다. 먼저 나온 떡볶이, 굶주린 배.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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