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껍데기


Ⅰ. 껍데기

온 산천은 봄이다. 그녀와는 상관없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여기저기 돋는 새싹은 그녀와는 별개였다.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도 그녀와는 무관하였다. 화윤은 누가 듣던 안 듣던 간에 혼자 소리내어 구질구질하게 지껄이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 자신도 주체할 수 없고 그리고 뱉어내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아 쏟아내었다. “정말 지겨워! 내가 왜 사는지 몰라. 자식들이 잘해주기를 하나, 숟가락만 빼면 잠자는 사람은 뭐냐구? 누구는 똑같이 근무하고 들어와서 밥할라 빨래할라 청소할라 일년 열두달 아유 지긋지긋해. 누구 손만 손이야 뭐야!” 상훈이 듣다못해 한마디 던졌다. “아니! 지금 누구 들으라고 하는 거야!” “몰라서 물어요? 정말 내가 왜 사는지 몰라. 내가 죽는 게 차라리 낫지” 상훈은 그녀의 넋두리를 도저히 참지 못해, 욕실에 들어와 와이셔츠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지근지근 밟았다. “그렇게 모두 다 밟지 그래요? 차라리 날 그렇게 지근지근 밟아요! 더 지근지근 밟아서 죽여 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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