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닌 별거 가정 (16) - 인생이라는 연주에 필요 없는 한 가지


별거 아닌 별거 가정 (16) - 인생이라는 연주에 필요 없는 한 가지

인생은 클래식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클래식 음악은 악보를 충실하게 따르는 게 최우선으로 요구된다. 음악이 일단 시작되면, 클래식 연주자에게는 음악에 약간의 뉘앙스를 가미하는 정도 말고는 악보에서 벗어나는 변주는 허용되지 않는다. 클래식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이라면 연주자가 어느 구간에 어떤 방식으로 뉘앙스를 가미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그 뉘앙스조차 오묘하다. 철학자 데이비드 소로는 말했다. 구식은 모든 세대가 비웃지만, 클래식은 인류사와 함께 영속한다고. 비록 소로가 말하는 클래식은 음악 분야를 넘어선 포괄적인 개념을 의미하지만, 나 역시 그가 말하는 것처럼 영속하는 가치를 믿었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은 영원한 가치를. 클래식 음악에서 악보의 영속성을 받들어 연주하는 것처럼, 인생 역시 무언가를 받들고 그것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만이 길인 줄 알았다. 인생이 클래식이라고 한다면 나는 ‘악보부터 잘못된 음악’이었다. 분열된 가정에서 태어난 나는 가정의 분열을 일으킨 가난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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