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소설] 빛의 고향


[엽편 소설] 빛의 고향

나는 이곳이 어딘지 모른다. 깨어나 보니 울창하고 고요한 숲이었다. 눈을 뜨니 이름 모를 방이었다던가 하는 얘기는 익숙했지만 숲속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은 이상했다. 움직일 때마다 울리는 기계음, 피부를 긁으면 일어나는 스파크 같은 것들이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로봇이다. 팔다리는 멀쩡한 걸 보니 쓸모없는 상태로 버려진 건 아닌 듯 했다. 치매 환자에게 아주 오랜 기억만 남은 것처럼 내게도 태초의 기억만이 남았다. 내가 태어나던 날 소프트웨어를 설정하기 위해 열렸던 가슴 쪽의 덮개를 기억했다. 나는 주저 없이 그 덮개를 열었다. 그 안에는 나에 대한 설정값을 입력하기 편하도록 마련된 저전력 모니터가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고, 모니터 옆에는 몇 개의 조그마한 버튼이 있었다. 그것들은 유사시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축명령 버튼이었다. 그중 버튼 하나가 혼자 눌려 있었다. ‘수동 대기 상태‘ 버튼. 당분간 움직일 필요가 없거나 전력 소모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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