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한 어느 날의 오후


구불구불한 어느 날의 오후

사진 출처: 클리앙 십 년간 장롱면허였던 나는 얼마 전 중고차를 구입하고 운전을 시작했다. 열 시간의 운전 연수를 받고 선생님에게 운전에 소질 있다는 칭찬을 받았다. 자신감이 붙은 나는 문득 다음 주에 예약한 피부과가 생각났다. 한 달에 한 번씩 자전거를 타고 가서 턱수염 레이저 제모를 받는 곳이었다. 나는 결심했다. 다음 주에 직접 운전해서 피부과를 가보기로. 원래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길이었는데, 차 안에서 노래를 들으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으니 내가 드라이버가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베이스음이 내 몸을 둥둥 울렸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피부과 건물에 도착했는데 주차장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입구와 출구가 같은 골뱅이 주차장이었는데, 주차장 천장이 나를 향해 무너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경사가 가팔랐다.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었다. 그때부터 차 안의 노래를 껐던 것 같다. 저 밑으로 출차하는 소리가 들려서 주차장에 진입하다 말고 ...


#골뱅이주차장 #구불구불 #에세이 #초보운전

원문링크 : 구불구불한 어느 날의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