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D


HBD

그녀의 생일이 다가오면 2주 전쯤부터 즐거운 고민을 한다. 이번엔 무엇을 줄까, 카드에는 무슨 내용을 적을까. 교보문고 카드 코너 앞에서 이 맘때쯤 매년 서성거렸다. 처음엔 내가 주고 싶은 것을 떠올리지만, 그 다음은 그녀에게 필요한 것, 그 마지막은 그녀에게 필요할 것 같은 것. 카드도 나를 드러내는 흰 백지 위의 검은 글씨에서, 그녀가 좋아할 것 같은 디자인의 카드로 변화한다. 점점 관심이 깊어져감에 따라 고민도 따라오고, 어느샌가 그 안에서 나는 철저하게 지워진다. 특별한 날이 있어 선물을 할 때면 그녀는 말한다. 이런 거 안줘도 돼. 어느 때는 냉철하게, 어느 때는 머쓱한 듯, 어느 때는 말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느낌으로. 마지막 생일 선물 때는 자기는 별로 챙겨주지도 못하는데 맨날 이렇게 받아도 되냐는 취지로 이야기했었다. 아마 그녀는 진실만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녀는 give and take 에서 자신의 take의 부담을 크게 느꼈다. 상대방의 give 로만 끝나는 관계가...


#사랑하는 #생일 #생일축하합니다 #축하 #합니다

원문링크 : HB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