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그리고 정동길을 거닐며


서촌, 그리고 정동길을 거닐며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 홍상수 감독은 이제껏 외면해왔던 다른 시선을 대중들에게 드러낸다. 그것은 바로 ‘노동과 역사의 시간’이다. 여성 산책자로서 그가 내세운 해원은 서촌과 남한 산성을 거닐며 존재의 본질을 희구했다. 이는 이전의 영화에서 그가 여성의 주체성과 역사를 스크린에서 배제했다는 숱한 비판과는 다른 맥락이다. 해원은 그를 욕망하는 남성들 틈에서 죽음이라는 본질을 향해가는 여정을 멈추지 않는다. 물론 그 과정이 무책임해보이고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울 지라도, 삶의 본질과 근원을 찾는 두렵고 슬픈 시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영화는 죽음의 이미지를 강조함에 있어 서촌이나 남한산성과 같은 고고한 장소를 선택하였다. 이는 세속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고풍스러운 배경을 두고 선조들의 노동과 삶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해원의 삶은 선조들의 수동적인 노동의 결과물을 통해 위로받고 있다. 맹목적인 노동에 의미없이 스러져갔을 삶들이 후대에 또다른 의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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