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만한 연민


거만한 연민

나는 어린시절 시장에 갈 때마다 "엄마 우리 저 할머니 콩나물 우리도 사자.", "여기 있는 할머니들 마다 조금씩 다 사가면 안돼?"라는 말을 종종 했던 기억이 난다. 임여사는 내 부탁을 다 들어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엄마 나 이거 먹고 싶어. 이거 사주세요."라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서라도 임여사의 지갑을 열도록 했다. 장터에서 모녀의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후문에 있는 분식집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는 것을 보면, 어릴 때 장터에서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 난다. 맛이 더 좋고 친절한 포장마차는 내가 걱정할 것도 없이 늘 장사진을 이룬다. 그에 반해 구석에 있는 몇몇 포장마차는 파리가 날리는 경우가 있다. 나는 더 좋은 맛과 친절을 포기하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하기도 했다. 대신 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나에게도 이득이었다. 사람이 없는 곳에 첫 스타트를 끊어주면 뒤이어 다른 학생들이 스멀스멀 모여든다. 그러면 나는 내 몫을 다 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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