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영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박서영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저자 박서영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9.02.03. 버스 정류소에 앉아 목련꽃 떨어지는 거 본다 정확한 노선을 따라가는 세월 보려고 정류소를 향해 가는 당신의 뒤를 미행한 적 있다 당신은 다리 위에 멈춰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자신의 검은 입안을 보여 주었다 무슨 말이든 해 보라고 가던 걸음 딱 멈추고 뜨거운 입천장을 보여 주는 슬픔 어쩌다 목련꽃 피는 밤에 우린 마주쳤을까 피려고 여기까지 온 목련은 지고 버스는 덜렁덜렁 떨어진 목련 꽃송이 태우고 간다 나는 하나 둘 셋 세월을 세다가 그만둔다 넷 다섯 여섯 방향을 세다가 그만둔다 가장자리가 누렇게 변색된 목련 꽃송이들이 툴툴거리며 버스를 타고 어딘가 가고 있다 일곱 여덟 나는 떠나는 이들의 뒤통수를 세다가 그만둔다 자꾸 흔들리고 자꾸 일렁거리는 것들은 자신들이 지독히 슬픈 세계라는 걸 알고 있을까 내 손을 뿌리치며 가는 당신을 따라간 적 있다 당신은 도망가다가 갑자기 길 위의 늙은 구두 수선공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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