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륭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김 륭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저자 김륭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2.06.25. 햇빛에 허를 찔려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거려줄지도 몰라 눈사람을 만드는 건 불법이야, 햇빛은 언제나 어둡고 가난한 세상을 부정하고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를 팔다리가 잘린 채 암매장된 시체처럼 발굴하지만 괜찮아, 나는 태어날 때부터 두 손을 가슴에 푹, 찔러 넣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거든 글쎄, 어디쯤에서 펑펑 울었는지 누군가 질겅질겅 씹다버린 껌을 밟았는지 그건 꽃밭에 발자국을 숨겨놓고 사는 눈사람의 사생활 오늘도 햇빛은 얼굴이 지워진 내 사랑을 고물자전거 펑크 난 바퀴처럼 굴리고 가지만, 괜찮아 사과를 쪼개듯 햇빛이 세상을 반으로 나누지는 못할 테고, 나는 눈사람보다 더 따뜻하게 죽을 자신이 있거든 이건 절대 불법이 아니거든 눈사람을 만드는 건 불법이야 전문 맥주 대신 콜라를 마시면서 속이 시꺼매 다행, 이라고 중얼거린 말이 그녀 짧은 스커트 밑을 구르며 오소소 태어나는 순간 싹둑, 잘린 것은 탯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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