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독자 였다.


나는 중독자 였다.

나는 중독에 취약했다. 술과 담배에 취약하며 미디어와 관계에도 취약하다. 취약하다는 말은 쉽게 빠진다는 말이고, 쉽게 빠진다는 말은 헤어나오기 힘든다는 말이다. 탈출구 없이 허우적 대는 동안 시간, 열정 같은 내가 가진 소중한 자원들을 낭비하게 된다. 낭비되는 크기만큼 나의 꿈, 목표, 원하는 삶과 멀어질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중독에 더 취약했던 이유를 돌이켜 보았다. 어릴적 부모님의 맞벌이로 세 살 무렵부터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삼년 정도 컷다. 시골의 자연은 충만했다. 하늘과 별과 구름과 나무와 새들이 있었고 강아지와 병아리도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특히 어머니)의 부재로 나는 채워지지 못했고 공허했다. 그 무렵이 결핍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부모의 사랑이 절대적인 시기에 채우지 못한 사랑의 크기 딱 그 만큼 내 가슴은 휑하니 뚫려버렸다. 너무 어려 기억이 많이 남아있진 않다. 그럼에도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은 아지랑이 피는 따듯한 봄날같이 예쁜 풍경들로 남아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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