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일기를 위한 일기


잊혀진 일기를 위한 일기

스물한 살, 대학생이 되면서 자취를 시작했다. 재수생의 억눌린 욕망 때문이었든, 좋은 친구들이 옆에 있는 덕분이었든 아무튼 너무나도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 아름다운 날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매일을 기록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던 만큼 기록할 시간도 없었다. 사진과 입장티켓으로 하루를 갈음하는 날이 많았다. 그래도 1년이 쌓이고 몇년이 지나니 보람과 의미가 생겼다. 매년 연말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다음 해를 위한 예쁜 다이어리를 고르는 재미도 쏠쏠했다. 즐거운 시절은 짧았고, 슬프고 속상하고 애끓는 시기가 길어졌지만 다이어리는, 그 안에 담긴 나의 일기는 내 그런 모습도 묵묵하게 받아주었다. 분홍빛 다이어리를 고르지 않게 된 지 오래됐지만 일기를 쓴다는 것은 여전히 나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었다. 그렇데 쌓여 간 다이어리는 여덟이 됐다. 아홉 번째도 분명 제 삶을 시작했을텐데, 언제부터 어떻게 생을 잃게 됐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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