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서글픔


밀려오는 서글픔

일리에겐 화장실을 가는 것이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다리를 다쳐서, 기력이 부족해서, 가끔씩은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 실례를 하기도 했다. 고양이만 있는 우리 집에 애견 배변패드가 필요했던 이유다. 꼭 아플 때만 그런 것도 아니다. 건강할 때 일리는 화장실에서 나올 때면 늘 뛰쳐나와야만 했는데 이유는 바로 루트 때문이었다. 일리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루트는 늘 옆에서 기다리다 나오는 일리는 덮치곤 했다. “루트, 일리 좀 그만 괴롭혀ㅋㅋ” 라고 나무랐지만 그때는 몰랐었다. 그게 얼마나 소중한 일상이었는지. 컨디션 기복이 심했던 일리는 가끔씩 혼자 있고 싶어 했고 루트는 그런 일리를 절대 건드리는 일이 없었다. 루트가 장난을 친다는 것은 일리가 그만큼 컨디션이 좋다는 말이기도 했다. 요즘 들어서 가끔씩 루트가 구석진 화장실에서 혼자 막 뛰쳐나올 때가 있다. ‘고양이가 원래 그렇지 뭐’하고 넘어갔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왜 일리 생각이 난 것인지. 루트도 일리 생각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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