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추억

뭐든지 불편함을 의도해서 만들더라도 멋대로 편리하게 뒤바꿔버리려는 시도가 거슬린다. 아날로그 마니아 같은 소수집단 사이에서나 매력이지, 이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번거로운 방식에 불과하니까. 물건의 사용법을 한 가지로 고집해야만 할 편견은 없고, 지금까지 대수롭지 않게 사용해 왔다는 것은 단순하게 익숙해져 버렸다는 것이겠지만, 불편함을 눈치채 버린 순간부터 낯선 감각으로 손에 잡히게 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조금 더 효율적인 딴지들이, 이 물건의 아이덴티티를 세척해 간다. 이런 당착이 신경을 긁는다. 과일을 좋아하는데 구매욕이 솟아나지 않는다. 언제부터 저런 것들을 사치품으로 간주하게 된 걸까. 디퓨저를 하나 양도받아 방에 놓았다. 자주 머무르게 되는 생활공간에 향취를 풍기는 무언가가 있다면 다소 머리가 둔해져 줄곧 놓지 않아 왔지만, 이따금 한 번씩은 괜찮을 것 같아. 추억은 항상 아름답게 느껴지는 걸까. 그 시절이 좋았다, 옛 것이 좋았다는 말도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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