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일기장에 적힌 이름과 번화번호


언니 일기장에 적힌 이름과 번화번호

다른 건 다 태우고, 앨범은 조카가 갖고, 언니의 휴대폰과 전화번호수첩과 일기장만 내가 들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나는, 언니의 유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화장대 가장 밑칸 서랍에 넣어둔 채. 꼬박 두 달이 지나서야 휴대폰과 전화번호수첩과 일기장을 보았다. 눈물범벅인 상태로 넘기다 발견한 이름, -희숙언니- 희숙언니는 우리 언니 공장 다닐 때 둘도 없이 친했던 언니보다 세 살 위 언니였다. 그래봐야 희숙언니도 열여덟 열아홉 즈음. 나도 희숙언니는 기억에 선했다. 둥근 얼굴에 단발파마에 나직하던 목소리. 언니 일기장엔 희숙언니로부터 500만원을 빌렸다는 내용과 집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스물 몇에 서로 연락 끊긴 채 살다가 나이 마흔 다 되어 우리 언니가 어찌저찌 희숙언니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 했단다. 형부가 남의 돈 800만원이나 들고 잠적하는 바람에 당장 죽을 지경이었단다. 뜬금없이 자꾸 희숙언니가 생각나더란다. 염치도 그런 염치가 있을까, 십여 년 만에 처음 전화하고선 너무 급...


#다대포바닷가 #언니의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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