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저녁 송정 바닷가


#4 저녁 송정 바닷가

3월 5일, 오랜만에 송정 바다에 들른 날이다. 개강 첫 주. 눈 코 뜰 새 없는 생활이 닥쳐올 게 뻔해 보였다. 그나마 여유 있을 때 얼른 한 번 더 바다를 보고 와야 한다고, 희한하고 묵직한 필요를 느꼈다. 다짐은 바다에서 해야 한다는 의무라도 있는 것처럼. 바다를 보고 온 기억은 무의식 속에서 파도거품처럼 남아, 모래 같이 작고 수많은 자괴가 내 발 위로 쌓이지 않도록 매끄럽게 쓸어 간다. 늦은 오후에 출발해 초저녁, 송정역에 도착했다. 보름달이 너무 밝아서 자꾸만 눈으로 좇았다. 계속 좇다 보면 닿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해수욕장 근처 시공 현장은 몇 년째 비슷한 상태다. 건설이 중단되었는지, 조금씩 짓고 있는지 모르겠다. 기차역 주위엔 관광 스팟이 많이 생겼던데, 역 너머 골목은 항상 크레인이 우뚝 서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래도 이 날 따라 그 모습이 함께 보름달을 바라보는 것 같아서 저 거대한 철골 기린이 조금 반가웠다. 탁 트인 바다를 보자마자 마음이...


#바다 #송정해수욕장 #캠코더

원문링크 : #4 저녁 송정 바닷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