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묵칼레는 여름에 가세요


파묵칼레는 여름에 가세요

버스 창밖은 모노크롬의 세계다. 풀이 거의 보이지 않는 갈색 땅의 향연 한없이 단조로운데 그 느낌이 싫진 않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이랄까. 오늘은 카파도키아에서 콘야를 거쳐 파묵칼레까지 장장 8시간을 버스로 이동하는 날. 사람들은 모두 곯아떨어졌고, 늘 한결같은 목소리로 열심히 설명해주던 가이드도 오늘만큼은 조용하다. 지금 이 순간은 패키지가 아니라 자유 여행자의 신분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계속 이대로 갔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콘야의 한 식당 옛 실크로드 상인들(caravan)이 묵었던 숙소(saray)를 개조한 곳이어서 상당히 고풍스럽다. 그러고 보니 터키는 실크로드의 종착지이자 서역의 시작점. 이스탄불에서 비잔틴과 오스만에 너무 집중해서 중요한 걸 놓칠 뻔했다. 동서 교역의 물꼬를 틀었던 역사의 현장에 앉아 그들이 먹었음직한 볶음밥과 터키쉬 딜라이트를 음미한다. 솔직히 맛은 그저 그렇지만 여행의 맛(?)으로 감사히 먹는다. 다 끝...



원문링크 : 파묵칼레는 여름에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