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이 시어머니의 주례사


으뜸이 시어머니의 주례사

으뜸아, 이제부터 내 아들 김보통은 공식적으로 너의 것이다. 중딩 때부터 누나, 동생 하며 십수년을 보아온 사이이니 안팎으로 품질 검증은 마쳤으리라 본다. 김연아의 고우림만큼은 아니어도 세 살 연하면 복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것 아니더냐. 혹시 살다가 하자가 있더라도 중고라서 반품은 어려우니, 한 살이라도 더 먹은 네가 잘 닦고 조이고 수리하여 사용하길 바란다. 너 역시 시진핑의 시 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고, 시금치·시래기·시오야끼는 입에도 안 대는 MZ세대 며느리이겠지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친정은 한 번이라도 더 가고 시댁은 웬만한 일 아니면 오지 말아라. 1년에 다섯 번 조상님 제사 치르다 고관절 내려앉은 내가 시어머님 운명하시자마자 내린 결단이니 빈말이 아니다. 정 와야겠다면 시어미 손에 물 묻힐 생각 말고 너희 먹을 건 알아서 사오너라. 당일치기로 오되 해지기 전에 올라가라. 생일에도 올 필요 없다. 너희 시아버지 계좌번호를 찍어줄 터이니 용돈이나 두둑히 입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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