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기록


낡은 기록

오래된 것에 대하여 옷장 속 상자 안에 고이 모여있던 초등학생 시절 성적표, 예쁘다며 모아뒀던 병뚜껑들,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냄새나는 스웨터 등 버려야 할 물건들이 어째서인지 엄마 집에는 가득하다. 주인인 내가 와서 버리지 않는 한 오래된 무덤 속 관처럼 계속 존재할 것만 같은 물건들이 말이다. 나에게는 쓰레기, 엄마에겐 간직해주고 싶은 딸의 소중한 기억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고향에 오게 되었다. 오래된 것, 낡은 것들을 마주할 용기를 내면서. 여전하다 싶은 집의 외관과 익숙하고 묘하게 따뜻한 냄새,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편안한 듯 불편한 생활 모습은 내가 살았던 '집'에 왔음을 상기시켜준다. 물론, 온전히 내 집이라는 느낌은 이제 없다. 내 집은 다른 곳이라는 걸 몸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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