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23일차(오늘 눈을 만났다)


새벽23일차(오늘 눈을 만났다)

24.3.7.목 4시30분기상 읽고 듣고 기도하고 쓰고 눈이 온다. 3월에 다시금 눈이 온다. 쉽사리 떠나기가 아쉬웠는지 못 다한 이야기를 쌓으려는지 구슬프게 눈이 온다. 땅에 닿지 않으려고 조금 더 머물고자 더디게 눈이 내린다 떠나는 이의 남은 미련인가? 어차피 내년되면 다시 올 것을 무엇이 아쉬워서 이 새벽에 저리 외롭게 내리는 가. 아. 맞다. 인연을 담보할 수 있는가? 오늘의 눈은 오늘로써 끝이다. 내년에 내리는 눈은 같은 눈이 아니다. 매일 같은 공간, 같은 사람을 만날지라도 어제의 그가 오늘의 그가 아니고,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내가 아닌 것처럼. 내 마음과 얼굴에 찍혀가는 주름을 보라. 하루 이틀은 티가 안나지만 5년 10년이 쌓이면 알게 된다. 그래서 눈은 하루를 산다. 순간을 산다. 대기를 떠돌다. 간절함이 다 차면 그때 꿈꿔왔던 땅으로 떨어진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이랴. 이리 돌고 저리 돌면서 세상을 보고 또 본다. 마을을 감싸는 너른 숲의 등선들, 빽빽한 도시의 ...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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